아르헨티나 내 유대인 사회 강력 반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란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유대인 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와 이란은 199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두 건의 폭탄테러 사건 때문에 외교 관계가 단절됐다.
1992년에는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1994년엔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MIA) 건물에서 일어난 폭탄테러로 85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두 사건은 중남미 최악의 유대인 대상 테러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용의자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법 당국은 이란이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를 이용해 폭탄테러를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폭탄테러 관련설을 부인하면서 아르헨티나 정부와 갈등을 계속해 왔다.
양국은 지난 9월 열린 제67차 유엔 총회에서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서로 확인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양국 정부가 1990년대 폭탄테러 사건에 관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도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해결하기 바란다고 화답했다.
양국은 10월 말부터 스위스 제네바 등에서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으나 불편한 관계를 상당 부분 해결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르헨티나는 이란을 새로운 수출시장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란은 핵개발 문제로 초래된 국제사회의 고립을 벗어나려면 우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양국의 접촉은 아르헨티나 내 유대인 사회를 들끓게 했다.
AMIA의 길레르모 보르헤르 회장은 "전 세계가 이란에 대해 문을 닫고 있다"면서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란과 가까워지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는 미주 지역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중남미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유대인 사회가 형성돼 있는 나라다. 아르헨티나 유대인 거주자는 2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유대인들이 모두 아르헨티나-이란 관계 정상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를 지지한다고 밝힌 유대인 세르히오 부르스테인은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폭탄테러 범인들을 체포해 처벌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fidelis21c@yna.co.kr
2012/11/26 02:3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