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13년만에 두 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은 아르헨티나가 미국 법원의 판결을 피해 자국 은행을 통한 채무 우회상환 강행에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경제부는 채권자들에 지급할 이자 대금 1억6100만 달러를 아르헨티나의 나시온 피데오코미소스 은행에 예치했다고 밝혔다.
경제부는 성명에서 "이자 대금 예치는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 변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채권자들이 30일 안에 나시온 피데오코미소스 은행에서 이자를 받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을 경우 아르헨티나는 또다시 디폴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했고 이후 2005년과 2010년 두 번에 걸쳐 원금 탕감을 위한 채무조정 협상을 진행, 채권단 대부분과 70%의 채무를 탕감하는 조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채무조정에 반대한 미국 헤지펀드 'NML 캐피털'과 '아우렐리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등이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100%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3억3000만 달러의 채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미국 뉴욕 주 맨해튼 지방법원의 토머스 그리사 판사는 별도 소송에서 아르헨티나의 채무조정에 동의하지 않은 헤지펀드도 채무조정에 동의한 채권단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즉, 아르헨티나가 2개 미국 헤지펀드에 빚을 갚지 않으면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 변제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채무를 변제할 수 없게 된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말까지 채권단에 총 5억3500만 달러의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 13년 만에 또다시 ‘기술적 디폴트’ 위기에 처해졌다.
이에 지난달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를 기술적 디폴트에 빠지게 만든 미국 법원 판결을 수용하지 않고 채무를 우회상환할 수 있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34, 반대 99로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채무조정 합의 후 새 채권을 가진 채권자들의 수탁은행을 미국의 뱅크 오브 뉴욕 멜론에서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인 방코 데 라 나시온으로 바꾸고, 2005년과 2010년에 채무 조정을 수용한 채권자는 아르헨티나 국내법에 따라 새 채권과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그리사 판사는 아르헨티나 정부가 미국 헤지펀드에 채무 전액을 갚지 않고서는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 변제가 불가하다는 자신의 판결을 불법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며 전날 채무 우회상환 법안이 법정모독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