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이란, 외교관계 정상화 노력 진전"

1990년대 폭탄테러 용의자 "美-이스라엘, 사건 조사에 압력"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르헨티나와 이란이 1990년대 테러 사건으로 단절된 외교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평가됐다.

21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엑토르 티메르만 아르헨티나 외교장관과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이란 외교장관은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만나 긴장 완화 방안을 협의했으며 이후 관계 개선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양국이 갈등 극복에 나설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농업국가인 아르헨티나는 옥수수를 대량 수입하는 이란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핵개발 계획 때문에 국제사회로부터 정치적으로 고립된 이란은 '우군'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제67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양국 정부가 1990년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에 관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를 계기로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1992년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29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이어 1994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MIA) 건물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85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

두 사건은 중남미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유대인 대상 테러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용의자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법 당국은 폭탄테러 사건의 배후에 이란이 있으며 레바논 무장세력인 헤즈볼라를 이용해 테러를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지금까지 테러 관련설을 부인해 왔다.

인터폴에 의해 폭탄 테러의 배후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된 이란의 고위 성직자 모센 라바니(59)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테러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나는 폭탄 테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두 사건에 대한 조사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는 미주 지역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며 중남미 지역에서는 가장 큰 유대인 사회가 형성돼 있는 나라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란 당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은 유대인 사회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fidelis21c@yna.co.kr

2012/10/22 0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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