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신흥시장 채권 성적표는

이 기사는 2014년 11월 28일 15: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다사다난했던 신흥국의 정치·경제 상황과 비교하면 신흥국 채권의 성적표는 선방한 편이다.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종료와 계속되는 지정학적 위기감, 신흥국 경기 둔화는 올해 신흥국 채권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경제 개혁 기대감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은 시장도 있다. 멕시코와 인도가 대표적이다.

신흥시장은 올해에도 순조롭게 채권 발행을 이어갔다. 통화 가치의 변동을 헤지한 신흥시장 채권 투자수익률을 측정하는 JP모간 EMBI글로벌헤지드인덱스는 8% 가까이 상승했다. 통화 완화정책이 계속해서 선진국 금리를 억누르면서 고수익을 좇는 돈이 신흥시장으로 몰려든 덕분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성장에 수혜가 예상되는 멕시코와 개혁 기대감이 충만한 인도, 인도네시아, 올해 글로벌본드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아프리카 채권이 좋은 한 해를 보냈다.

특히, 멕시코가 돋보인다. 멕시코는 올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고 벌처펀드의 공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반(anti)벌처펀드 규약을 도입하면서 채권시장의 깊이를 확대해 갔다. 멕시코는 20억 달러 규모 10년물 국채를 미국채 대비 135bp, 사상 최저 스프레드에 발행할 수 있었다. 멕시코 채권의 금리 3.68%는 투자적격등급 회사채의 평균 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경우 성장은 부진했지만 개혁 기대감이 채권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시장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이들은 취약한 5개국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인도 루피화는 올해 미 달러 대비 상승률이 가장 큰 통화 중 하나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글로벌 채권시장에 데뷔했다. 이들의 신규 발행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막대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케냐는 첫 번째 달러채를 발행한 지 반년도 안되 이전보다 낮은 금리에 5~7.5억 달러를 발행할 예정이다.

반면 여전히 취약한 국가들도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은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의 원자재 수출국에 암울한 전망을 낳았다. 특히 브라질과 러시아가 큰 영향을 받았다. 브라질의 대선은 시장이 선호하지 않는 지우마 호제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끝났다. 투자자들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부진한 성장률, 개혁 기대감 소멸에 올해 브라질 채권을 내다 팔았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와 서방의 경제 제재가 계속해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러시아는 성장의 동력을 잃었고 투자자들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고립된 러시아의 리파이낸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최근 루블화표시 국채 발행에서는 예정된 금액의 채 10%도 소화되지 않았다. 러시아 기업들과 은행들이 보유한 자산은 앞으로 1년간 리파이낸싱을 충당할 정도밖에 안 된다. 러시아의 채권 수익률은 급등했고 5년물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의 스프레드는 지난주, 3년래 최고점으로 올랐다.

이보다 나쁜 곳을 꼽으라면 우크라이나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다. 최악은 베네수엘라다.

우선 우크라이나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해외 차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지급 능력과 관련한 우려는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우크라이나는 7% 이상의 역성장이 전망된다. 통화가치는 반토막 났다.

올해 아르헨티나는 13년만의 두 번째 디폴트 사태를 맞았다. 2033년 만기 아르헨티나 국채의 미 국채 수익률대비 스프레드는 현재 750bp다. 그러나 국제 유가 하락으로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는 베네수엘라의 2034년 만기 채권 스프레드는 아르헨티나의 2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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