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코 독재 고문피해자들 40년만에 법적 투쟁

고문혐의 경찰관들 고소…"누가 무엇을 했는지 알려야"

아르헨 법원, '보편적 관할권' 따라 체포·송환영장 발부

(마드리드 AFP=연합뉴스) 스페인 독재자인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년) 정권시절 혹독한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들이 약 40년만에 가해 경찰관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에 나섰다.

프랑코 정권 하에서 고문 피해를 본 마리아 루민과 다른 고문피해자 50명은 '보편적 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에 따라 스페인이 아닌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에 당시 고문을 자행한 경찰관 4명을 고소했다.

보편적 관할권은 한 나라의 법원이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재판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프랑코 독재 하에서 벌어진 고문 행위야말로 최악의 반인륜적 범죄라는 게 고문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사건 심리에 나선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지난주 피소 경찰관 4명에 대해 체포 및 송환영장을 발부했고, 아르헨티나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는 스페인 정부에 신병 인도 여부가 달려 있는 상황이다.

고문 피해자들이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문제의 경찰관들을 고소하게 된 데에는 프랑코 사후 들어선 정부와 정치권이 독재 협력자들에게 면죄부를 줬기 때문.

당시 정치권은 국민 화합이라는 명목으로 1977년 사면법을 제정했고, 이는 프랑코 독재 협력자들에게 형사적 면책을 가능케 했다.

하지만 이런 사면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또 하나의 고통이 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들은 아직도 고문의 만행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마리아 루민은 1975년 공산주의 활동가들이 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서로 끌려갔고, 여기서 사흘동안 모진 고문을 당했다.

경찰관들이 24시간 불이 훤히 켜진 감방에서 때리고 잠을 재우지 않았다고 루민은 전했다.

좌익 단체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혔던 펠리사 에체고옌은 당시 경찰서가 있었던 건물이 '고문실'이었다고 전하면서 조사관들에게 두들겨 맞아 얼굴이 엉망이 된 동료들을 봤던 일을 악몽처럼 떠올렸다.

루민은 "우리는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고발할 수 있도록 사회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사람들(고문 가해자들)이 누구고, 무엇을 했는 지 전 세계가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고문 피해자들은 스페인 정부가 단 한 번도 프랑코 독재 시절 자행된 국가적 잔학행위에 대해 사죄는커녕 공식적으로 인정도 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려 왔다.

eddie@yna.co.kr

2013/09/24 21: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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