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 문화 있었기에 급속 발전"
"한국-중남미, 문화적 공통점 많아"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나에게 한국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나라가 이렇게 발전했다는 것부터가 놀라움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삶의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방문 체험과 느낌을 화보 형식으로 담아낸 여행기 '빨리빨리(Pali Pali)'를 펴낸 아르헨티나의 마르틴 카파로스는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 방문은 어떤 계기로 이뤄졌나.
▲ 친구와 함께 누가 더 많은 나라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내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 와중에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국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는 한국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낯선 나라였기에 설렘이 컸다.
-- 책의 제목이 재미있다. '빨리빨리'라는 제목을 단 이유는.
▲ 한국 방문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한국말이 '빨리빨리'였다. 언젠가 아프리카에 갔을 때 스와힐리 어로 '뽈레뽈레'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뽈레뽈레'는 '천천히'라는 뜻이다. 발음이 닮았으면서도 상반된 뜻이 있는 단어였기에 더욱 기억에 남았다.
-- 작가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 '빨리빨리'라는 말에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을 것 같다. '빨리빨리' 문화에 대한 긍정-부정에 관계없이 한국을 소개하는 데 좋은 단어라고 생각했다.
-- 한국에서는 '빨리빨리'가 낳은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 한국 사회에서 '빨리빨리'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빨리빨리'가 있었기에 한국이 급속하게 발전해 현재와 같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한국 방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아르헨 언론인 카파로스, 한국 여행기 '빨리 빨리' 출판(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중남미 스페인어권에서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꼽히는 아르헨티나의 마르틴 카파로스가 13일(현지시간) 한국 여행기 '빨리빨리(Pali Pali)'를 출판,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중남미 한국문화원에서 출판 기념회가 열리고 있다. 2012.11.14
fidelis21c@yna.co.kr ▲ 나는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한국에서도 가장 좋았던 곳은 바로 '서울'이었다. 하지만, 높은 빌딩에 파묻힌 서울과 마주했던 처음 며칠 동안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 작가가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 나에게 한국의 이미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었던 나라가 이렇게 발전했다는 것부터가 놀라움이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한국 사람들에게 있다고 본다. 한국 사람들은 삶의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아직 낮은 것 같다. 한국을 소개하는 한 마디 부탁한다.
▲ 한국은 짧은 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지만,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확실하게 한국을 소개하는 방법은 IT라고 생각한다. 삼성이나 LG와 같은 유명한 기업이 한국의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 한국의 어떤 이미지가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중남미 스페인어권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데 도움이 되겠나.
▲ 언젠가 멕시코에 사는 친구가 한국인은 '동양의 라틴계'라는 얘기를 했다. 한국 사람들은 일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나서 활기찬 밤 문화를 즐긴다. 남미 국가에도 활기찬 밤 문화가 있다. 남미와 한국이 가진 흥겨운 문화적 공통점이 서로에게 한 발짝 다가설 기회가 되지 않을까.
-- 일본이나 중국과는 다른 한국인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일본과 중국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진 않지만, 한국을 방문해 만난 한국인들은 아주 친절했다. 일본인이나 중국인에게서 겪은 느낌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아르헨티나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먼저 '스마트 변기(비데가 달린 최첨단 변기)'를 시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제일 큰 항구도시인 부산에서 수산물 시장도 둘러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한국적 차별성을 맛볼 수 있는 템플스테이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한국까지 가는 동안 기내에서 비빔밥을 먹어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다.
fidelis21c@yna.co.kr
2012/11/14 14: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