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환율-암시세 격차 90% 넘어…외환시장 혼란 가중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 하락이 이어지면서 외환시장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언론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공식 환율은 전날 달러당 5.22페소였으나 암시세는 달러당 10.8페소를 기록했다.
공식 환율과 암시세의 차이가 93%에 달했다. 1975년 이래 가장 큰 폭이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요즘 미국 달러화를 '메시 달러'라고 부른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과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의 간판스타인 리오넬 메시의 등번호 10번에 비유한 표현이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환 전문가들은 정부가 페소화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 같은 소문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페소화 폭락 사태를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 정부는 달러화의 국외 유출을 막는다며 2011년 10월부터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기업의 국외송금을 억제하고 개인의 달러화 거래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달러화 거래 규제가 국민의 불신을 키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지난 2001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당시 예금인출 중단 사태를 겪은 이후 은행을 믿지 않는다. 달러화 현금 보유가 가장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집안에 돈을 보관하는 이른바 '침대 밑 달러'가 급증하게 됐다.
정부 산하 국립통계센서스연구소(INDEC)는 '침대 밑 달러'가 현재 1천707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침대 밑 달러'를 끌어내려고 에너지와 건설 분야에 달러화를 투자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침대 밑에 숨은 달러화가 밖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는 지난 2009년에도 비슷한 조치를 내놓았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부와 은행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fidelis21c@yna.co.kr
2013/05/09 00: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