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문제, 외교 갈등 되기 전에 푼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우루과이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겠다”, “아르헨티나 환경단체 회원들은 우루과이 땅에 못들어온다”

지난 6일(현지시간) 후안호세 바히요 괄레과이추 시장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시위대가 우루과이의 접경 도시인 프라이벤토스 시를 방문하려다 우루과이 국경수비대와 충돌을 빚었다.

이들이 분노한 것은 프라이벤토스시에 위치한 핀란드 펄프회사 UPM의 대형공장이 연간 생산량을 110만t에서 120만t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우루과이 정부가 승인했기 때문. 아르헨티나 환경단체들은 UPM 건설 당시부터 “펄프공장 건설로 폐수가 대규모로 방류되면서 우루과이 강의 생태 환경을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해 산 마르틴 다리에서 수년간 점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엑토르 티메르만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이 우루과이 정부의 증산 결정에 유감을 표시한데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우루과이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자국의 환경주권이 훼손됐다며 ICJ 제소 의사를 밝히면서 이 문제는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환경문제는 한 나라가 만든 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다니면서 책임이 없는 다른 나라에게까지 피해를 입힌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외부 비경제효과’다. 각국이 책임을 서로 미루다 보면 갈등이 발생하기 십상이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와의 갈등이 남의 일 같지 않은 것은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제 문제 때문이다. 고비사막의 황사바람에 더해 중국 연안 공업지역에서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불어닥치는 희뿌연 미세먼지에는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다량 포함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17.2%가 중국발 미세먼지를 지난해 4대 환경사건으로 꼽았다. 또다른 조사에선 79%의 응답자가 중국의 빠른 대책을 요구했고, 56%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환경협약 등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태열 외교부 제 2차관은 지난달 27일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가 주최한 한 학술세미나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의 외교적 갈등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동북아 국가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조약이 따로 체결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국제관습상 확립된 ‘초국경적 피해방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관련국에 대한 국가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없지는 않다”는 것. 얼핏 들으면 우루과이를 제소하기로 한 아르헨티나 처럼 국제 사법 메커니즘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려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결책에 들어가면 말이 달라진다. 조 2차관은 “미세먼지 문제를 법적 책임과 배상 문제로 접근하면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 (중국의) 귀책사유를 밝히는데 쉽지 않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며 “법대로 하자”는 접근은 안 된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사법적 해결에 성공하더라도)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에 치중해 효과나 경제성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원동욱 동아대 국제학부 교수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동북아 국가들은 유럽과 달리 자기나라 이익에 매몰돼 있고 여전히 구속력 있는 협정을 이끌어 내기는 역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동북아 환경협력체제의 형성은 결국 국가 행위자는 물론이고 비정부 행위자들 간의 복합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장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환경재난 응급대응 협력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다.

서울시가 가장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와 중국 베이징(北京)시는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 질 문제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합의문을 3일 발표했다. 베이징시가 대기 질과 관련해 외국도시와 협력 합의문을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의문은 크게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양 도시 정책·기술·정보·인적 교류와 협력 ▷ ‘서울-베이징 통합위원회’ 내 환경팀 신설 ▷ 서울-베이징이 주도하는 동북아 대기 질 개선 포럼 공동 개최 등 3가지 항목으로 짜였다.

두 도시 실무진은 CNG(천연가스) 버스 보급, 공공차량 매연저감장치 부착, 저녹스 버너 보급, 도로분진 흡입차량 시험 운행 등 협력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도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대기 질 문제가 많았는데 천연가스버스 전면 도입, 도시가스 보급, 공해 유발 업체의 수도권 이전 같은 여러 조치로 많이 좋아졌지만 미세먼지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며 “두 도시 간 여러 실험과 정보, 정책, 기술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시장은 합의문 서명 후 왕 시장에게 서울시의 주요 대기 개선 정책을 정리한 180쪽 분량의 자료집을 왕안순(王安順) 베이징시장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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