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유는 그동안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비극적 결말을 맺었다. ⓒ 연합뉴스
명예회복을 선언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가장 몸값이 비싼 사나이 앙헬 디 마리아(26·아르헨티나)에게 에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등번호 7번을 부여했다.
앞서 맨유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디 마리아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이적료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액인 5970만 파운드(약 1005억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맨유는 디마리아에게 등번호 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사했다. 맨유에서 7번의 의미는 남다르다. 과거 에릭 칸토나부터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까지 시대를 풍미한 에이스들이 7번의 주인공이었다.
디 마리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입단 기자 회견에서 “구단이 내게 7번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나 역시 7번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호날두만큼 팀에 보탬이 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판은 이제 마련됐다. 호날두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말처럼 디 마리아가 짊어질 숙제는 너무도 명확하다. 우승 또는 이에 근접할만한 성적으로 기대에 보답해야 한다. 이미 월드클래스 스타플레이어인 디 마리아에게는 반전을 도모할 기량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맨유 구단이 불안요소로 여기고 있는 ‘아르헨티나 커넥션’의 저주를 함께 풀어낼지도 관심사다.
세계 최고의 클럽이지만 지금까지 맨유 유니폼을 입었던 아르헨티나 선수는 디 마리아를 포함해 고작 5명에 불과하다.
첫 번째 선수는 ‘먹튀’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이다. 지난 2001년 당시 EPL 최고액이었던 4260만 유로(약 569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라치오에서 이적한 그는 고작 2시즌 만에 첼시로 쫓겨나듯 떠나고 말았다.
당시 베론의 기량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윙 플레이어 중심으로 빠른 스피드를 전개하는 맨유에 정통 플레이메이커였던 베론이 녹아들지 못했다. 게다가 언어적으로도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퍼거슨 전 감독과의 마찰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훗날 베론은 맨유행이 임박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에게 “맨유로는 가지 말라”라고 조언한다. 그만큼 맨유에 갖고 있는 앙금이 상당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마스체라노는 절친인 카를로스 테베즈와 함께 맨유가 아닌 웨스트햄을 선택하게 된다.
왼쪽 수비수 가브리엘 에인세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맨유로 이적한 에인세는 곧바로 주전 자리를 확보하며 베론의 아픔을 치유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잦은 부상에다가 2006년 입단한 파트리스 에브라가 주전 자리를 꿰차자 에인세의 출전 기회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에인세는 당연히 이적을 요구했고, 구단 측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전개됐다. 하지만 에인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맨유의 심기를 건드렸다. 바로 최대 라이벌 리버풀이었다. 당시 두 클럽은 1964년 필 크리스넬 이후 43년 동안 선수 교류가 없을 정도로 대립각을 세울 정도였다. 결국 이적논란은 EPL 중재위원회에 회부되었고, 리버풀이 아닌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며 마무리됐다.
맨유 팬들이 가장 증오하는 대상 카를로스 테베즈야 말로 ‘아르헨티나 커넥션 저주’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맨유는 2007년 1270만 유로(약 169억원)의 임대이적료를 지불하고 테베즈를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테베즈는 입단 첫해부터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리그 34경기에 출전해 14골-6도움을 기록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골 1도움의 활약을 펼쳐 더블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게다가 헌신적인 플레이와 엄청난 활동량 등 팬들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요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그의 모호한 신분이었다. 테베즈는 클럽이 아닌 MSI라는 매니지먼트사 소속이었는데 하필이면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클럽이 아닌 사업체 보유 선수의 임대를 금지시켜 완전 이적형식을 취해야 했다. 하지만 MSI는 과도한 이적료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퍼거슨 감독은 몸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조치로 테베즈의 출전을 제한시켰다.
결국 폭발한 테베즈는 퍼거슨 감독의 부당한 대우를 언론에 터뜨렸고 양 측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리고 그가 완전 이적한 구단은 당시 맨유의 눈엣가시였던 맨체스터 시티였다. 게다가 테베즈는 맨시티로 이적한 뒤 주장 완장까지 받아 맨유의 원수가 됐다.
사실 베론과 에인세, 테베즈는 기량보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팀을 떠난 선수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불만을 팀과의 대화로 풀기보다는 언론에 먼저 공개해 퍼거슨 감독의 심기를 건드린 공통점이 있다. 퍼거슨 감독 역시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다루는데 애를 먹었음을 자서전에서 공개한 바 있다.
테베즈가 떠나고 6년 만에 맨유의 아르헨티나 커넥션이 재개됐다. 수비수 마르코스 로호가 2000만 유로(약 267억원)의 이적료로 먼저 입단했고, 디 마리아가 뒤를 이었다. 몸값만 1270억원에 이르는 이들 두 선수가 맨유에 뼛속 깊이 박혀있는 아르헨티나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워낼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