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정치 기상도 ‘좌파 대세론’ 속 실용주의 확산>

브라질 주축 중도좌파 강세…강경좌파·보수우파는 입지 좁아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15일(현지시간) 칠레 대선 결선투표가 미첼 바첼레트(62·여) 후보의 승리로 끝난 것은 남미지역에서 '좌파 대세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확인해준 것으로 해석된다.

칠레에서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1973∼1990년)이 붕괴한 이후 20년간 좌파가 집권했다. 2009년 말∼2010년 초 대선에서 세바스티안 피녜라 현 대통령이 승리해 우파로 정권이 넘어갔으나 이번 바첼레트의 승리는 정치 판도를 4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

남미 좌파는 2010년을 전후해 한 차례 고비를 맞았으나 같은 해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승리하며 입지를 다졌다. 이후 2011년 6월 페루 대선과 2012년 10월 베네수엘라 대선, 2013년 2월 에콰도르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잇따라 승리했다.

현재 남미 주요국 가운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페루, 볼리비아, 에콰도르, 베네수엘라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이번 대선 결과로 칠레도 합류하게 된다. 우파 세력이 정권을 잡은 국가는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뿐이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콜롬비아는 그렇다 치고 파라과이는 좌파 대세론을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파라과이는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베네수엘라와 함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회원국이다. 메르코수르는 6억 달러를 파라과이의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파라과이 국내총생산(GDP)의 30%는 메르코수르 회원국들과의 통상·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남미의 좌파는 중도좌파와 강경좌파로 갈려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서거 이후 강경좌파가 퇴조하는 가운데 실용주의를 앞세운 중도좌파가 갈수록 힘을 얻는 양상이다.

중도좌파를 이끄는 인물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다. 브라질 집권 노동자당(PT)은 최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면서 실용주의 노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내년 대선을 포함해 집권연장을 위해 보다 '유연한 좌파'로의 변화를 스스로 모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브라질을 주축으로 하는 실용 중도좌파의 기운은 국경 넘어 인접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반면 강경좌파는 정정 불안과 경제난, 사회갈등 요인 폭발 등이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7년 집권 이후 2011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경제위기 속에 지지율 추락으로 고심하고 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3선에 도전할 예정이지만, 낮은 지지율 때문에 고민이 크다.

차베스 사후 구심점을 잃은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은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정국이 극도로 불투명한 상태다.

fidelis21c@yna.co.kr

2013/12/16 07:5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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