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계기로 또 한 명의 특별한 우리 벗이 한국을 찾아왔다. 교황의 모국인 아르헨티나 산마르틴교구 보좌주교로 활동 중인 문한림 주교. 해외 교구의 첫 한국인 주교이기도 한 그는 한국 주교회의와 교황청 초청으로 교황이 한국에서 보내는 전 일정을 함께하고 있다.
교황 방한 일정이 시작되기 전, 일주일 남짓 일찍 입국한 문 주교는 거의 대부분의 일정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면을 알리는데 쏟았다. 문 주교는 “교황님에 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의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밝히며, 긴 여행의 여독도 채 풀지 못했지만 밀려드는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1대1로 응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선 사제들이 만남을 요청하면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으시고, 어떤 분주한 일정 중에서도 한 명 한 명에게 최소 30분 이상의 시간을 배려해주셨습니다.”
문 주교의 소개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지금 내가 찾아가야 하는 사람 모두를 항상 최고의 사랑으로 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황님께서는 주교, 추기경 시절에도 누구든 편안히 마주앉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대해주셨지요. 게다가 어떤 주제의 대화를 하더라도 금방 알아들으셨어요. 대단한 통찰력을 가진 분이십니다.”
공식 모임 등에서도 교황은 본인의 발언을 하기 보다는, 다른 이들의 말을 듣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할애했다고 한다. 또 36세 젊은 나이에 예수회 관구장이 된 것도 그만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문 주교의 설명이다.
이러한 소개에 앞서서 문 주교 스스로도 평소 프란치스코 교황을 떠올리면 ‘편안하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고 말한다. 한 예로 교황은 추기경 시절에도 자신을 찾아온 이를 꼭 문 앞까지 배웅했는데, 그럴 때면 3층 집무실에서부터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내려왔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바쁘신데 이러실 필요가 없다’고 거절이라도 할라치면, “나는 당신이 정말로 여기를 떠나는지 확인을 해야겠소”라고 농담을 던지며 상대방을 한바탕 웃게 했다고.
문 주교는 이러한 교황님의 모습은 “사랑은 머리로만 계산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키워가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또 “한국인들이 윗사람들을 잘 모시는 것도 좋은데, 그런 면이 사실 관계 안에서의 간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하지만 교황님께선 간격 없이 누구나 다 구원받아야할 인간이라는 면을 보여주시고 있어, 한국인들이 이번 기회에 그런 면을 좀 유심히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문 주교는 “교황님께서는 전체 교회가 쇄신돼야 한다고 확신을 갖고 계신다”며 “교황님께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한국교회와 신자들의 장점을 잘 알고 계시며, 이러한 면을 밀어줌으로써 한국교회가 아시아 선교와 쇄신에 특별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으신다”고 강조했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쇄신의 바람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쇄신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이들에게 문 주교는 명쾌한 해답도 던져줬다. “교회가 쇄신되기 위해서는 선교를 해야 하며, 이 선교의 비밀은 바로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진짜로 느끼는 것”이라는 말이다.
“머리로만 알고,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안아주시는 사랑 체험을 하게 되면 변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만남이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의 만남을 통해 하느님께서 바로 ‘나’를 너무나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