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통령, 육군참모총장 임명 후폭풍

인권탄압 전력 이어 부정축재 의혹 제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에 임명한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디 렐로 연방검사는 전날 세사르 밀라니 육군참모총장을 부정축재 혐의로 기소했다.

공중파 TV 채널 카날 트레세(Canal Trece)가 '모두를 위한 언론'이란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1만5천 페소(약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밀라니 총장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산 이시드로 시의 고급 주택을 사들였다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밀라니 총장이 고급 주택 외에도 고가의 승용차를 포함해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물론 여당 지도부도 "군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모을 수 있는 재산 규모를 넘어선 것"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르헨티나 군부 내에서 정보통으로 꼽히는 밀라니 총장은 '인권탄압 전력'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밀라니 총장은 이사벨 페론 대통령 정부(1974∼1976년) 말기인 1975년에 추진된 반정부 세력 제거 작전에 참여했다. 페론 정부를 쿠데타로 축출하고 들어선 군사정권(1976∼1983년)에서도 밀라니는 반정부 인사 색출 작업에 참여했다.

인권단체들은 밀라니 총장이 1975∼1976년에 벌어진 민간인 납치·고문·실종 사건에 연루됐다면서 과거사 청산을 주요 국정 과제의 하나로 내세우는 페르난데스 정부가 밀라니와 같은 인사를 중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야권도 밀라니를 육군참모총장에 임명한 것은 인권 문제에 대한 페르난데스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3월 24일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페론 정부가 무너졌고, 군사정권은 1983년까지 계속됐다. 인권단체들은 '더러운 전쟁'으로 불리는 군사정권 기간 3만여 명이 납치·고문·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83년 라울 알폰신 대통령 정부(1983∼1989년 집권) 출범으로 군사정권 인사들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는 듯했으나 군부의 반발을 우려한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1989∼1999년 집권)이 1989년 사면법을 제정하면서 처벌이 중단됐다.

그러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이 사면법을 전격 취소하고 나서 2006년부터 처벌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fidelis21c@yna.co.kr

2013/08/01 01: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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